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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도 (烏瞰圖) 

  

                                                         인효진
너의 이름은 사라졌다
너는 첫번째 아이요, 열세번째 아이다
그 사이 열한명의 아이들이 열을 지어 행진하고
곧 열명이 되었다
구령소리는 점점 커지기 시작했고
잠시 숨을 고른 뒤
다시 오른발로 시작해서 왼발로 끝나는 행진이 계속되었다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다.  

 

 


작업노트 

 

이 시는 내 작업에 너무 잘 어울린다. 어휘와 문장의 반복성도 그렇고 1부터 13까지 숫자가 정해져 있는 것도 어떤 한계에 다다른 느낌이

들어서 좋다. 꽉 막혀있어서, 답답해서 죽어버릴 것 같은데도 미친 듯이 질주하는 광기와 자기파괴적인 느낌이 강해서 내 작업의 컨셉과

너무 잘 어울린다.

 

이상도 무섭다고 하고, 나도 무섭고, 아이들도 모두 무섭다고 말한다. 다들 무서워한다.

그러면서도 뭔가 뚫린 골목은 없다.

결국 막다른 골목에서 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들이다.

 

아이들은 모두 똑같은 교복을 입고 똑같은 의자에 앉아서 사회가 원하는 맞춤형의 인간이 되기 위해 학교라는 공장에서 기계적으로 찍혀

나오고 있다.

그 획일성. 이는 제도가 갖고 있는 폭력성이다.  

그런 이유로 나는 똑같은 의자에 앉혀서 똑같은 교복을 입혀서 똑같은 배경에서 아이들을 찍었다. 획일화된 학교의 제도적 폭력성을

시각적으로 드러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 속에서도 순응하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작은 일탈들을 행하고 있다.

그건 아주 작게 숨을 쉬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질식해서 죽지 않으려면 눈에 띄지 않게 어떤 형태로든 그 곳을 벗어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주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절대 눈에 띠지 않는다. 눈에 띠게 반항하면 제도는 개인을 마음대로 죽여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작업에서 획일화된 포즈 속에서의 아주 미세한 변화를 생각했다. 멀리서 봤을 때는 모두 같아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부 다 다른

포즈다.
 
그들은모두 같은 듯 보이지만, 포즈가 다르고 소품이 다르고 자신을 치장하는 형식이 달라진다. 연결된 이미지 중간에는 검은 먹 사진이

있는데 이 안에는 눈에 보이지 않게, 아주 희미하게 처리된 'fragile' 'feather' 'grotto'같은 단어들이 있다. 이는 멀리서 보면 그냥 아무것도

찍혀있지 않은 검은 먹 사진 이겠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런 단어들이 보임으로서 지금 이 사진들과 맥을 같이 한다. 이 검은 먹 사진은

일종의 자살한 아이들의 관 같은 것이다. 아주 깊은 관.
 
나는 사람들을 질리게 만들고 싶다.

무수히 똑같은, 그 획일화된 이미지의 반복성이 바로 아이들의 끔찍한 현실과 같다고 느껴질 수 있게끔 말이다. 힘이 없어서 제도에 순응해서 살 수 밖에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일탈적 행동에도 모두 이유가 있다는 걸 알게 해주고 싶다.

 

물론 우리가 문제아라고 부르는 아이는 사진에서 오직 한 장 뿐인 목이 잘린 사진이겠지만,

그렇다고 그 아이에게 돌을 던질 수는 없을 것이다. 모두들 그렇게 의자 위로 올라가고 싶겠지만 그럴 수 있는 애들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주 작게, 자기만 알 수 있는, 보이지도 않는 일탈 행위들을 하는 것이다. 그건 비닐봉지를 씌워놓은 상태에서 허덕이다가 작게 바늘구

멍 하나 뚫어 놓은 거나 마찬가지다.

 


THE CROW’S EYE VIEW

 

The Form of
Uniformity of images 
Symbol of the reality of kids.

representation
ExpressionsVisual
for
monolithic education and production of human types. Metaphor

about stuffy reality.

Little deviations 

Rendition of little resistances sought after in order to survive in a stuffy reality in their own way without being noticed while adopting themselves to the existing system. Make-ups, wigs, cigarettes, gaudy sandals, accessaries and awry poses. 

Appropriation of
poetic image 
Superimposition of repeated vocabularies and images along with thirteen kids.
Empathy of the identity between the poet Lee Sang's poetic reality and true reality.
Conveyance of the feeling from the poem onto the visual work.

 


이상(李霜)의 ‘오감도’(李霜의 詩 전문)


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오 (길은 막다른 골목이 적당하오.)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4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5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6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7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8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9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0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1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 13인의 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13인의 아해는 무서운아해와무서워하는아해와그렇게뿐이 모였오. (다른사정은없는것이차라리나았오.)

그중의 1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 2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 좋소.
그중에 2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그중에 1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길은뚫린골목이라도적당하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지아니하여도좋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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